
제작 배경과 감각적 접근
먼저,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Frankenstein(2025)으로, 거장 감독인 Guillermo del Toro가 Mary Shelley의 원작 소설을 다시 해석해 내놓은 대담한 시도입니다. 특히, 델 토로 감독 스스로 “이 영화는 내 인생의 꿈 프로젝트였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기존 괴물 서사물을 단순히 놀라움이나 공포의 틀로만 접근하지 않고 감정과 존재론적 물음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중세 유럽과 크림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삼으며, 과학자이자 창조자인 빅터 프랑켄슈타인(Oscar Isaac)과 그가 만든 존재(Jacob Elordi)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제작 디자인, 조명, 특수분장 등 시각적인 요소 또한 델 토로 특유의 고딕 스타일과 풍부한 질감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의 영화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이방인’ 혹은 ‘괴물화된 존재’에 대한 관심이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줄거리와 주제 해석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거대한 야망 아래 금기된 영역에 손을 내밀고, 그 결과 자신이 만든 존재와 함께 파괴적 여정을 걷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기존 괴수물이나 고전 호러물과 크게 다른 점은 ‘창조자와 피창조물’의 관계, 책임의 문제, 그리고 그들 모두가 겪는 고립과 상처라는 감정적 층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괴물’을 단순히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는 사랑받기를 원하고, 존재의 의미를 묻고, 창조자는 결국 그의 죽음이나 파멸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구조는 원작이 던진 과학과 윤리, 책임의 문제를 오늘날의 맥락으로 재해석한 느낌을 주며, 기사에서도 “2025년 가장 긴급하고 시의적절한 블록버스터일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플롯 전개나 감정선에서 다소 ‘익숙한 이야기’ 혹은 ‘원작의 무게감이 살짝 흐려진 느낌’이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리뷰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델 토로가 구축한 비주얼 월드와 배우들의 열연 위에 서 있는 이 영화는 분명히 새롭게 경험할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출·연기 그리고 개인적 감상
감독 델 토로는 이번 영화에서 ‘거대한 호러 블록버스터’보다는 ‘감성적 드라마’에 더 집중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선택은 괴물 서사에 내재된 고통, 창조자의 죄책감, 그리고 존재의 외로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고, 그 결과 화면 곳곳에서 시각과 감정이 충돌하는 순간들이 많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오스카 아이작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야망과 고뇌를 묵직하게 표현해냈으며, 야곱 엘로디는 단순한 ‘괴물’이 아닌 복잡한 내면을 지닌 존재로서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미아 고스, 크리스토프 왈츠 등 조연들의 존재감도 영화의 무게감을 뒷받침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점은 ‘창조자의 책임’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것들이 우리를 초월할 때, 혹은 우리가 부여한 의미와 존재가 우리에게 되돌아올 때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영화는 그 질문을 직접적이진 않지만 관조적으로 던집니다. 이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델 토로 특유의 ‘괴물=타자’ 미학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화면에 잡힌 거대한 창고 같은 실험실, 그 안에서 불꽃이 튀고 기계음이 울리는 장면들은 단순히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잘못된 창조’의 공포를 감각으로 전달했습니다. 러닝타임은 약 2시간 30분대이며, 영화가 제공하는 서사와 텍스처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기다릴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습니다. 일부 장면은 감정선이 조금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전개가 급격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왜 지금 이 이야기를 다시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되어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Frankenstein(2025년판)은 고전 괴물물의 틀을 빌려오되 감정과 존재의 층위를 더해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델 토로 팬이라면 물론이고 괴물서사물에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꼭 한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감상 후에는 “내가 만든 것은 과연 나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파멸로 이끌 것인가?” 라는 질문을 잠시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