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친애하는 X〉는 네이버 웹툰 친애하는 X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tvN 드라마 〈친애하는 X〉는 한 편의 심리극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고백이다. 빛나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상처, 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원과 파멸, 그리고 진실을 마주한 인물들의 붕괴 과정을 정교하게 담아낸다. 김유정, 김영대, 김도훈, 이열음이 각자의 감정선을 절제된 연기로 그려내며, ‘사랑은 구원인가, 아니면 집착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이번 글에서는 〈친애하는 X〉의 핵심 인물 네 명을 중심으로 이들의 서사와 감정이 어떻게 얽히며 무너지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백아진: 살아내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김유정이 연기하는 ‘백아진’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이자, 아름다움 뒤에 잔혹함을 감춘 인물이다. 유년기의 상처와 결핍이 그녀를 정상으로 밀어 올렸지만, 그 정점은 곧 무너짐의 출발점이 된다. 아진은 사람들의 시선을 먹고 사는 배우이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은 공허하다. 사랑받고 싶지만, 그 사랑이 두려워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그녀가 타인의 감정을 꿰뚫고 조종하는 데 능숙한 이유는, 어쩌면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생존 본능일지도 모른다. 김유정은 이 캐릭터를 통해 ‘아름다움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백아진이 정상에 섰을 때 느끼는 공허함, 그리고 그 순간 무너져 내리는 내면의 파열음은 〈친애하는 X〉의 정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결국 아진의 이야기는 ‘완벽한 성공이 가장 잔인한 고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다.
윤준서: 구원이 사랑이라 믿은 남자
김영대가 맡은 ‘윤준서’는 백아진의 곁을 오래 지켜온 인물이자,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다. 그는 아진을 향한 사랑이 곧 구원이라 믿었지만, 그 믿음이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 준서는 아진의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 그녀가 무너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 그는 아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진창이라도 기꺼이 걸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이 도를 넘어서면서,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무너지고, 준서 역시 자신을 잃어간다. 김영대는 절제된 감정 표현 속에서도 깊은 슬픔을 담아내며, ‘헌신이 얼마나 위험한 형태의 사랑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의 눈빛 하나, 미묘한 표정 변화가 대사를 대신한다. 〈친애하는 X〉에서 윤준서는 단순한 로맨스의 상대가 아니라, 백아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김재오와 레나: 조력과 외사랑이 만든 또 다른 비극
김도훈이 연기하는 ‘김재오’는 백아진의 조력자이자, 그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충직한 매니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왜곡된 애정과 욕망이 숨어 있다. 그의 존재는 아진의 성공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동시에 그녀의 몰락을 가속하는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재오의 ‘맹목’은 사랑의 형태를 빌린 자기 파괴의 감정에 가깝다. 한편, 이열음이 맡은 ‘레나’는 끝없는 외사랑에 빠진 인물로, 백아진을 향한 동경과 질투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녀는 아진을 닮고 싶어 하지만, 닮아갈수록 자신을 잃어간다. 레나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의 결핍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존재이며, 그의 감정선은 작품의 마지막 여운을 더 깊게 만든다. 두 인물의 서사는 서로 닮아 있다. 하나는 주인공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이 되고자 자신을 버린다. 〈친애하는 X〉는 이들의 감정이 엇갈리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으로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친애하는 X〉는 단순히 화려한 배우들의 연기로 소비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각 인물의 감정 구조를 통해, 인간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아진의 가면, 윤준서의 헌신, 김재오의 맹목, 레나의 외사랑. 이 네 개의 감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서사는 결국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왜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드라마는 아름답고도 불편한 진실을, 감정의 깊은 곳까지 밀어 넣는다.